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 따뜻한 마을 만들기
‘더불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사람이 무엇과 함께 하여, 무엇과 같이 하여’이다. 사는 형태, 세대, 문화, 환경, 형편이 모두 다르지만 따뜻한 마음이 모이고 나눠지는 것은 큰 행복이다.
2015년에 방영했던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보면서 동네 집 사이로 난 ‘골목’에서 음식을 나누고 같은 대문에(솔직히 대문이란 단어도 익숙치 않다.) 위아래 집에 살며 스스럼없이 서로의 집을 오가며 담소를 나누는 이웃 간의 모습이 ‘아파트’라는 주거형태에 익숙한 나로서는 낯설게 느껴졌었다.
신도시의 아파트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나는 옆집이나 앞집에 사는 이웃의 얼굴도 모르는데다, 알 필요도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MZ세대라고 통칭되는 우리는 모바일 소통이 익숙하며,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일은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한다.
일단 집을 나서고 엘리베이터라는 기계의 버튼을 누르고 올라오길 기다렸다가 층층마다 서는 것을 기다렸다 낯선 사람이 타고 있는 창문도 없는 철로 된 차가운 사각통에 갇혀 1층의 현관까지 데려다 주길 기다렸다가 옆 단지에 다다르면 다시 현관에서부터 막힌다. 친구의 동호수를 다시 확인해야 하고, 동호수가 기억이 안 나면 다시 ‘카톡’을 열어 친구와 톡을 하고 확인한 후 인터폰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통과가 되어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타서 올라가 친구 집의 초인종을 다시 눌러야 하는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럴 바에야 시공간의 제약을 훨씬 덜 받는 롤플레잉(MMORPG) 게임을 하는 소통방식을 선택하는 편이 낫겠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웃 간의 단절과 소외감이 늘어나고 층간소음으로 싸움이 일어나는 이런 주거형태의 부동산 가격은 요즘에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다수가 선호하고 있다.
‘따뜻한 마음이 모인 우리 동네만들기’는 과연 판타지 일까?
사회의 양극화와 주민간의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공동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과 거리두기는 매우 짧은 시간에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삶의 방식을 급속도로 바꾸며 단절을 심화시켰다.
대전 YWCA ‘사랑이 꽃피는 엘리베이터 나눔이 모임’이 대전지역 아파트 입주민 48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까지 주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7%가 ‘이웃 이름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한 아파트 내에서 알고 지내는 가구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질문엔 ‘하나도 없다’와 ‘5가구 이하’ 항목이 전체 50%를 차지해 아파트 입주민간 단절감이나 소외감이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80.5%가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면 돕겠다’고 응답해 단절된 이웃관계 속에서도 공동체 의식은 가지고 있어 입주민간 유대를 이끌 방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아파트관리신문422호)
설문의 결과에서 그렇듯 개인화가 심해지지만 개인은 물론 마을 공동체가 어려운 순간 관망하지 않고 함께 극복하고 해결 함께 참여하며 행동하길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을=소통, 참여의 확대는 관계의 확장을 의미
2000년 4월, 영국 북서부의 5,000명 규모의 작은 마을 ‘가스탕’(Garstang) 주민들은 지역사회가 앞장서서 공정무역을 활성화시킨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란 확신으로 마트에서 공정무역 바나나를 사고, 지역 학교에 공정무역 제품이 들어간 급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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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북서부 마을 가스탕 |
지역주민들은 가나에서 생산된 코코아콩 초콜릿 알리기(센터를 세워 초콜릿 만들기 워크샵 등을 진행)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갔다.
공정무역 교회, 학교, 대학 지역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지역, 제도적 뒷받침을 해준 관공간의 신뢰가 쌓이면서 관광객 및 인근지역 주민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순례를 하듯 찾는 곳, 공정무역마을(Fair Trade Towns)이 되었다.
당시 국제 개발부 국무부 차관은 가스탕의 공정무역 마을 지정은 전국과 세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예상은 현실이 되었고, 이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지역 주민들의 소통으로 이루진 결과이다.
따뜻한 정이 묻어나는 동네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주민 센터 뒤에 펭귄모양의 이정표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들어가면 70, 80년대 마을이 전시장으로 변한다. 이곳은 2013년 빈집에 불이나 전소되자 쓰레기가 쌓여 흉하게 변해 버렸다. 이를 본 동네 주민 김동균 촌장은 앞장서 불이 난 집을 치우기 시작했고, 주민들도 합세해 쓰레기를 깨끗하게 치우고 빈집을 꾸몄다. 40여 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의족을 끼고 걸으며 몸이 불편한데도 김 촌장과 함께 마을을 꾸민 동네 어르신(김종제)의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펭귄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주민들은 버려진 물건이 새로운 예술작품이 되는 정크아트로 동네 벽을 예쁘게 꾸며 전시하기 시작했으며,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나누고 살면서 마을 담벼락에는 “그때 그 시절 살아있음에 감사하자”고 새겨 놓았다. 젊은 사람들이 아파트로 떠난 후 동네는 어르신들만이 남아 자리를 지켰고,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어 적막했던 동네는 김 촌장과 주민들 덕분에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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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
펭귄주막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고, 도자공방, 가죽공방, 섬유공방, 목공방등 다양한 공방들이 입주해 조성된 공예거리는 예쁜 소품과 원데이클래스 등이 열리고 있다.
마을 공동체의 노력으로 문화예술 역사가 꽃피는 골목이 되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색다른 문화체험 관광지가 되었다.
김포에서도 이러한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가현 5리, 사우동, 성동 1리 등 낙후된 마을 건물의 담벼락을 재미있고 정겨운 그림들로 채움으로서 ‘낡은 마을’의 이미지에서 탈바꿈했고, 최근에는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가 관광테마골목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하여 사람들이 잘 찾지 않던 마을들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 또한 김포 곳곳의 마을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자기 마을의 장점을 찾아낸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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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 |
한 때 전국적으로 ‘마을 만들기’ 붐이 일어나면서 국가 지원과 외부 자원에 의존하며 벌린 사업 때문에 오히려 주민들간 갈등만 커지고 마을의 관계력과 자치력을 훼손하는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면 가능한, 어느 누구도 혼자서 달성할 수 없는 것을 우리가 함께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건강하게 함께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기에 공동체가 가진 잠재성을 이 세 마을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변화에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품이 필요하다. ▲마을공동체를 운영하거나 운영하려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컨설팅 ▲마을공동체 결속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ㆍ운영 ▲마을 만들기 계획 세우기 또는 기획안 공모 ▲원도심ㆍ저층주거지ㆍ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연구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전문가, 관련단체와 교육과 실천을 통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우리 세상에서 우리가 바라는 가치(정의, 연민, 참여, 공정 등)가 지구환경과 상호연관을 맺으면서 세상이 변화하길 바란다면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더불어 활동을 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학습하며 진보하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와 대화하고 정보를 나누며 함께해야 한다. 타인과의 관계가 희미해져 가는 요즘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럼에도 방법을 조금씩 찾아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없는지 살피고 함께 하며 엄격한 규칙의 잣대를 서로 들이대기보다 ‘응답하라 1988’에서처럼 밥 냄새, 사람냄새 솔솔 나는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포근함을 이웃과 나누고 싶다.
허훈 청소년기자 gimpo1234@naver.com